여름의 성급한 발목을 붙잡느라 내내 비가 내린다. 한 템포 늦게 오는 것들과 뒤따라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느라 몇 번의 심호흡을 한다. 언제나 고마운 만큼 미안하다.
인생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지만, 모든 것은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봄비가 봄처럼 머뭇머뭇 오고 기억이 멀어지는 사람처럼 가물가물한 날에는 오래된 습관의 힘으로 하루를 보낸다. 살아온 날들이 많아진다고 삶이 익숙해지는 건 아니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갔다는 이유로 위무가 되기도 한다.
그토록 현명한 충고들을 다 저버렸기에 후회로 가득한 나의 젊음이 그렇게 빛나고 사랑스러웠겠지요.
자화상을 그리려고 거울의 얼룩을 닦다가 나의 얼룩으로 얼룩져 있을 세계와 사람을 생각한다.
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생명체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대는 알아?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운이 좋은 것.
우린 내일 일은 생각하지 마요. 그건 너무 멀고 너무 벅차고 아직 우리의 것도 아니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무슨 일이든 일어날 테니까.
멀리 있는 사람 그리워하라고 달이 뜨겠지요. 그리운 마음 올려두라고 쟁반같이 둥글겠지요. 형체도 소리도 없는 달빛이 온 세상에 고이면 적적함이야 잠시 잊히겠지요.
두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어렵고 놀라운 일인지를 어렵게 배웠으므로, 나는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이 멎을 때 말도 멎더라. 마음이 멈출 때 말도 멈추더라. 전자는 사랑이고 후자는 피로더라.
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일단 안 하는 거야. 이 일을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일단 저지르는 거야.
모든 것을 녹일 듯하던 햇살과 모든 것을 날릴 듯하던 바람과 잠시 같이 걷던 길 이미 멀어진다. 언제 그런 일 있었냐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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